소행성 아포피스가 어쩌면 지구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라는 떡밥이 있다. 혹시라도 천문학자들이 측량 또는 계산에 실패해서 진짜 떨어진다면 2029년에 인류는 멸종하게 된다. 반대로 기회로 보는 입장도 있다. 높은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광물들은 지구에 한정되어 있지만 우주에는 훨씬 많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Don't Look Up은 '진실의 정치화'를 조롱하는 재난 영화다. Tomarrow나 Knowing과 같이 기존의 재난영화는 대 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하는 것이 클리셰였다면, Don't Look Up은 해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문제로 몰고 가면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스포
줄거리
1. 혜성의 발견
천문학과 대학원생(제니퍼 로렌스)는 6개월 후에 혜성과 지구가 충돌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담당 교수(디카프리오)는 여러 천문 네트워크를 통해서 동료검토를 해 본 결과 99% 이상의 확률로 충돌이 확실하다고 확인한다. 둘은 이 중요한 사건을 백악관에 보고하고 혜성 궤도 이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건의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밀로 하자고 한다. 어쨌든 충돌 가능성이 99%라는 것이지 확정은 아니지 않냐며 말이다. 그래서 교수와 로렌스는 방송사에 나가서 이 사실을 발표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종말론 자라며 대중에게 조롱거리만 되고 만다.
마침 백악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혜성충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백악관은 다시 교수와 로렌스를 고용했고, 혜성 궤도 이탈 프로젝트는 착실하게 진행된다. 성공적으로 발사가 이루어지고 종말을 막는 것처럼 보인다.
2. CEO의 등장
성공적으로 로켓이 발사되던 이 때, 대기업 CEO(팀 쿡과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킨다.)가 컨트롤 타워에 나타나서, 충돌하는 혜성에 고부가가치 광물이 많다며, 발사 중인 우주선을 모두 강제로 귀환시킨다. 혜성을 잘게 쪼개서 태평양에 추락시키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렌스는 정부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뒤엎었다며, 종말을 맞이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말한다. 교수는 CEO와 손을 잡고, 혜성을 쪼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교수는 주로 매스컴에 노출시키는 용도로 소비될 뿐, 기술에 대해서 동료검토조차 못하도록 밀려난다. 결국 회의감에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하늘을 보니 이제 혜성은 눈에 보일 정도로 다가오게 된다.
3. 정치로 소비되는 진실
여기서 영화의 주제인 Look up이 등장한다. 하늘을 봐라. 혜성은 진짜 있다.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인다. 반대로 정부에서는 종말론자들이 정치적으로 종말을 이용하는 것뿐이라며 Don't Look Up을 외치게 된다. 진실보다 정치적인 선동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Look Up진영은 소련, 일본, 중국 등과 손을 잡아 혜성 궤도 이탈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CEO 측의 폭파공작으로 물거품이 되고, 이제는 CEO의 혜성 분해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4. 인류의 종말
영화의 막바지로 가면서 동료검토가 되지 않던 프로젝트였으나 혹시나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준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시원하게 말아먹고, 인류는 멸종하게 된다.
영화자체의 러닝 타임도 꽤 길지만, 그만큼 비판하는 내용이 엄청 많고 디테일하다.
정치적 1수, 사실을 진실공방으로 몰고가기
영화에서는 여성 대통령으로 묘사했지만 어쨌든 트럼프가 연상되는 대통령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가 허구라는 이야기를 했으며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1]. 코로나 때는 어땠나? 마스크를 안 쓰면 트럼프 편, 마스크를 쓰면 바이든 편이었다 [2].
영화 컨테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이 나온다. 판데믹 상황에서 돈을 벌고자 기래기 하나가 개나리액이 병에 좋다고 허위 사실을 뿌리고, 정부가 판데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물을 흐린다. 과학적 검증을 해도 음모론이라면서 끝없이 진실공방으로 치닫는다. 영화 끝까지 그 기자는 떼돈을 벌면서 끝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좋다고 했다가, 거짓이 검증이 되는 바람에 경영권까지 (잠시) 내려놓겠다고 눈물까지 보였던 적이 있다. [3][4]
과연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그게 해결이 안 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것이 통하는 것이 미국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최근의 토론 양상은 니편내편으로 몰리는 듯하다. 한 발 더해서 요새는 맞춤형 콘텐츠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다 보니 토론의 장이 아예 열리지 않는 것 같다. 영화 내에서도 Look Up 진영과 Don't Look Up진영이 맞붙어서 정당 대결을 하는 것 같지만, 엄연히 사실이 존재하는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고 접근함으로써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로 만들고 있다.
시장만능 주의
문제를 악화시킨 또 하나의 큰 주제는 시장 만능주의에 있다. 국가 컨트롤 타워에 제 방 드나들듯 돌아다니는 후원인 CEO는 기술 공유에 있어서도 독점적 지휘를 남발한다. 기업가가 국가에 헌신하는 만큼 국가 산업에 개입하는 것은 괜찮아도, 국가가 개인의 재산에 대한 개입이 주는 심리적 저항감은 크다. 그렇다 보니, 중차대한 국가 산업을 진행하면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비단 우리나라도 산업 장려라는 목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라도 후에 기술 공유가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생산 방관하는 현재의 모습과 닮았다.
결론적으로 동료검토가 되지 않은 불안전한 기술로 인해서 프로젝트는 실패하게 된다. 분명 더 나은 길이 있었지만, 신격화된 CEO를 어찌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드론이 하나씩 날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의존하는 것뿐이었다. 모든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 해결해 줄 것이다라고 했지만, '나에게 유리한 방향'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과 언제나 일치할 수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뇌를 하는 방법은 편향된 정보를 주입하고, 의심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나 일부 국가에서 외부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자의에 의해서) 편향된 정보를 받고 있다. 그리고 모두들 스스로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권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최근 5년 동안 대선과 총선에서 표가 극단적으로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지정당이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다고 한다면, 왼쪽으로 치우쳐진 20%이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20%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꼰대일 수 밖에 없다. 의심하자.
[1] 트럼프-온난화는 거짓, https://www.ko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627
[2] 트럼프-코로나는 거짓, https://www.yna.co.kr/view/AKR20200528005151091.
[3] 남양-미안한마음에 경영권 포기, https://imnews.imbc.com/news/2021/econo/article/6199050_34887.html
[4] 남양-포기 했었던 것,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1/09/84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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