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acc.go.kr/main/performance.do?PID=0102&action=Read&bnkey=EM_0000005217
저렴한 가격(10,000 ~20,000)에 고급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연주회이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베토벤의 유명한 몇곡과 연주했었던 쇼팽의 몇 곡만 알 뿐이다.
오늘 공연 슈베르트는 이 두 거장의 중간에 있는 사람이다. 전통기법(형식)에 충실한 베토벤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낭만파 쇼팽의 중간에 태어나 생전에 10곡밖에 완성시키지 못하고 30세에 단명한 불운의 천재라고 피아니스트는 설명했다.
천재의 곡이라서 그럴까?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진행이 너무 난해하다. 커졌다. 작아졌다. 빨랐다. 느렸다.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너무 변화가 많다보니 어디가 메인 테마인지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긴 어딘가?
1시간 반 공연에 마지막 곡을 38분짜리 4악장 곡을 선곡했다. 음악으로 혼내준다는게 이런건가? 옆에 3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처자가 핸드폰을 껐다 켰다 안절부절이다. 급기야 인스타그램이도 올리려는지 셔터소리를 켠채로 연주중에 2번이나 사진을 찍어대다가 진행요원에게 주의를 받았다.
연주회 가서 기침소리는 자주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어차피 공연장 분위기 느끼려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련한 피아니스트라도 라이브에서 어쩌다가 건반 터치가 고르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기계는 철저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일정한 음정을 낸다. 음악만 느끼려고 하면 mp3를 들었을 것이다. (공연장 효과도 이퀄라이저가 끝내주게 재현한다. 후술하겠지만, 결국은 감각이다.) 게다가 기침 하는 사람도 고르고 고르다가 미안함을 무릎쓰고 살짝 하는 것을 탓하고 싶지 않다. 본인도 괴로울텐데 말이다. 상상해보자. 공연장에 300명정도 있다고 하면, 내가 300번 관람하는 동안 한 번도 소리 안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름대로 관대해지기까지 한다.
입장 안내원이 분명히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걸 못 지킨단 말인가? 인스타 욕망은 제어 할 수 없는 건가? 어떤 남자가 남자의 욕구라며 아무나 강간하는거나 다를바 없는 짐승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남들 박수 치고, 짧은 엥콜을 하는데도 혼자서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슈베르트. 천재. 그런 슈베르트도 벌써 200년 이전 사람이다. 100년 전통 빵집도 예상가능한 빵맛이고, 200년 전통 냉면집도 예상가능한 냉면 맛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맛이 오히려 심심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감각은 수용체라고 하는 세포를 통해 디지털화 된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구조라 사람마다 민감도(역치)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이상의 감각이나 감동을 전해 줄 수 없다. 오로지 심리적인 보정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의 눈높이는 계속 올라간다. 현대인이 구현하지 못하는 것은 공간감, 엄청난 스케일의 건축이나 자연경관은 아직도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VR이 발전하면 그것도 정복될까?
현대적 작곡 기법인 풀었다 조였다 텐션조절을 슈베르트에게 기대한다는 것이 왠지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시대상을 고려하면 엄청난 것이 맞다. 다만 현대살면서 현대의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고 굳이 옛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적 재해석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며, 약간의 비판이 있었지만, 그것은 현대 문화 예술 생활의 해석에 대한 비판이지 공연자의 노고와 높은 숙련도에 대한 비판은 절대 아니다. 이 분이 없었다면 부담없이 쾌적한 공연장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공연자와 공연 관계자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아시아문화센터(ACC), 전시회, 지구의 시간 (0) | 2022.08.25 |
---|---|
국립아시아문화센터(ACC), 전시회,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0) | 2022.08.25 |
사실 적시의 문제: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면서 사실 적시로 걸고 넘어집니까? (0) | 2022.02.27 |
소행성이 있다/없다를 투표로 결정해야하나? (0) | 2022.01.18 |
여가부 성희롱 예방교육 살펴보기 (0) | 2021.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