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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과와 과학 중립성에 대한 고찰

by iseohyun [2024. 2. 15.]

과학교과 부록단원

 과학교과의 마지막 단원은 뭔가 중요도가 좀 떨어져보이는 몰라도 굳이 크게 지장이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 중1: 과학과 나의미래
  • 중2: 재난과 안전
  • 중3: 과학기술과 인류문명(과학사)

나는 2가지 이유에서 이 단원을 커리큘럼에서 뺐다.

 

 

실질적인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고3이 되기 전까지 어떤 대학이 있었는지 관심도 없었다. 어쩌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고, 답 할 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커리큘럼 외, 부록으로 다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고등학교 이후에 또 얼마나 공부해야 돼요? 대학, 대학원, 석사, 박사가 뭔데요?
  • 논문이 뭔데요? 특별한 건 맞아요? 문제는 없어요?
  • 과학은 왜 자꾸 거짓말을 가르치는 거죠?
  • 학회는 뭐고, 표준은 뭡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믿어도 돼요?

 

 

정치적인가

계몽은 정치적이지 않지만, 애매한 지점은 어디에나 있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에 의해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가 누군가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순간, 누군가는 나의 비합리성을 지적할 수 있게 되고, 소모적인 감정싸움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짧게 생각해 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 대한 입장에서]
    삼중수소의 위험성과 안정성을 알리는 것은 과학자의 몫
    먹을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

  • [생수로 라면 끓이는 논쟁에서]
    수돗물로 라면을 끓였을 때, 위생상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
    생수로만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

  • [전기차의 친환경 논쟁에서]
    전기차의 실질 에너지 효율을 따지는 것은 과학자의 몫
    전기차를 살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

  • [길고양이 밥 주기 논쟁에서]
    생태계의 평형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

  • [탄소배출과 육식 제한 논쟁에서]
    탄소배출로 인한 인류 절멸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과학자의 몫
    입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은 개인의 선택

  • [창조론이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논쟁에서]
    진화론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
    종교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선택

  • [회에 레몬을 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쟁에서]
    레몬이 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
    레몬을 뿌려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

 

교과서에서 은근히 한쪽의 주장이 맞다는 식의 표현이 아얘 없다고는 못 할 것 같다.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기도 한다. 일부 그것에 동의하는 주제도 있지만, 어쨌든 과학교과에 주장이 들어가는 것에는 반대다.

과학에 대한 내 입장은, '남들에게 크게 피해 주는 게 아닌 이상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목이 말라서 소금물을 마셔도, 왜 마시면 안 되는지만 알려주고, 물을 뺏지는 말라는 걸까? 그렇다.

아마 비판을 받는다면, "과학자는 개인에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부모, 배우자, 자녀, 직업인)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할 것 같다. 맞다. 당신이 옳다. 우리는, 과학자는 과학자인 동시에, 사회구성원, 민주주의 참여자,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인 것은 맞다. 다만, 주장을 한다면, 과학자의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럼 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뭔가?

전기차 사면 세재 혜택을 주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벌금을 메기고,
창조론이 과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판결은 무엇인가?

창조론 위법 판결을 살펴보면 과학의 본질과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만한 여지를 제공해 준다.

1987년 연방 대법원은 진화론 교육에 대한 형평성을 위해 창조론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판결(요약)

  1. 모르는 것에 대해 답을 신에게서 찾는다면, 우리는 호기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언제나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시계공 논증*의 사례는 모두 과학으로 반박 가능하다.
  3. 창조론은 가설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에 대한 논란만 키우려 한다.
    A가 틀렸다고, B가 맞는 것이 아니다. 과학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신앙이 맞는 것이 아니다.

*시계공 논증: 바닷가에 시계가 떨어져있다면, 그것은 자연현상으로 볼 것인가? 누군가의 결과물로 볼 것인가?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증명과 반박에 기반을 하는 학문이라는 특성을 아주 잘 보여준다. 그걸 하고 말고는 정치인과 사회학자들이 설득과 합의에 의해 결정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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