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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를 읽고...

by iseohyun [2024. 1. 18.]

 

 4년 전인가 교보문고에 eBook으로 책을 보겠다고 약 30만원정도를 결제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일까지 소멸 예정이란 알람이 왔다. 부랴부랴 책을 구매했다. 아니, 기프트 포인트나 마일리지여도 억울할 마당에 현금 구매한 포인트를 소멸시켜 버려도 되나?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늘 고객센터에서 들어왔던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작가만 보고 급하게 구매한 책 중 하나였다.

 전반적으론 날 것의 느낌이 약간 있다. 작가 '궤도'님의 의도했을 수도 있다. 다만, 조금 잘라냈어도 좋지 않았을까, 조금 다듬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리뷰를 쓰면서도 형용사를 쳐내고, 문장을 자르고, 하고 싶었던 말, 문장, 문단까지 쳐내기도 한다. 고작 3~4페이지 논문을 작성하는데 2년이나 걸리는 이유는 생각의 덩어리를 다듬는 시간 때문에 그렇다. 게다가 논문에 들어간 차트 하나가 논문 전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차트가 맛이 없으면 논문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히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글이 많고, 재미를 위한 삽화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삽화는 내용 보조력이 없고(삭제 무방), 차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약간의 의무감으로 별 생각없이 읽어 내려가다가,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들을 '메모하기'(ebook기능)로 모아봤다.  예상보단 많았다. 연관 없는 주제를 나열식으로 작성해 보았다. 문구는 원본은 아니다. 짧게 각색했다. 감상평은 내 생각이다. 

¶ 우리 몸에 포도당이 들어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우리몸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데, 유독 포도당을 입으로 먹었을 때, 더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다. 이유는 위장에 포도당 미각 세포가 있기 때문*이었다.
* 「Taste receptors of the gut: emerging roles in health and disease」, I. Depoortere, 2013
감상평: 우리가 흔히 매운것은 맛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엄연히 혀에 TRPV1 수용체는 캡사이신 감지한다. 물론 똥구멍도 감지하지만 똥꾸멍을 제2의 혀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다. 아마 맛이라고 부르는 기준엔 혀만이 감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까? 그런데 만약 단맛을 감지하는 T1R수용체가 위장에도 있다면 단맛도 맛에서 제외해야 할까? 아니면 매운맛도 맛으로 인정해야 할까? 매운맛과 반대로 멘톨은 시원한 성분으로 역시 맛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생리대에 멘톨을 첨가한 적이 있는데, 착용한 여성들로부터 너무 춥다는 클레임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남자 맛있어."가 과학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위성중에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인공위성이 있다. 날아오는 쓰레기를 포수처럼 받아 그 에너지를 이용해 지구로 던져버린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제안한 Sling-sat위성은 최소한의 연료로 우주쓰레기를 제거한다.
감상평: 꽤 괜찮은 사례인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는데 영상이 제공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큰 사업군이 될지도 모른다. 일단 메모.

우리가 이해하는 세상은 6개의 쿼크(up, down, top, bottom, charm strange) 6개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들에게 미치는 힘은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이다. 전자기력 x 100 = 약력, 약력 x 1,000 = 강력, 중력 x 10^44 = 강력이다.
감상평: 최근 중학 교과과학을 정리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다루는 범위는 '원자'까지다(중2). 교육에 들어가는 인프라, 비용, 인력, 기술력이 다른데, 30년과 비슷해보인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과학잡지다. 부모가 관심이 있어서 정기구독해 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나마도 파편화된 내용이라 집중하기 힘들다. 기왕이면 원자를 배울 때, 또는 힘을 배울 때, 에너지를 배울 때, 슬쩍 끼워 넣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메모해 봤다.

2008년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9페이지 논문을 공개했다.
감상평: 비트코인 백서를 보긴 했다. 이 논문은 추후에 다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같은 건가?). 나는 암호학을 전공했다. 암호학은 당신의 기대와 다르다. 철통과 같은 보안이 아니다. 대충 이 정도까지 했으면 얼추 맞는 걸로 하자는 게 핵심이다. 대충 그렇게 해도 되냐구? 사실 친자확인도 그렇지 않은가? 99.9999999%면 대충 니 아들 맞는 듯? 그래서 현대의 암호학이란 게 이렇게 확률을 맞춰 보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리 안에서 돌려 쓰이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그 방법 중에 (더럽게 비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만약 블록체인이 유일한 솔루션이라면, 지금 뱅킹에 있는 돈들도 따지고 보면 다 사이버머니(비트코인)인데, 블록체인이 없는 은행에 애초에 입금을 하면 안 됐다. 개인적으론 코인업자들의 과대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나중에 확인하려고 메모.

술이 몸에 좋은가? 이에 관한 연구(빅토리아대, 캐나다)는 술을 마시지 않은 집단이 일반적 금주 집단이 아닌, 술로 인해 '건강이 이미 상한 집단'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 「Alcohol Consumption and Mortality From Coronary Heart Disease: An Updated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 J inhui Zhao, 2017
감상평: 주로 교회를 통해 구전되어 오던 이상한 소문의 출처 중에 하나를 또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끓는 물속에 개구리처럼 서서히 지옥에 갈 거라느니, 마시멜로를 인내하면 하나님의 축복이 온다던지 하는 말들 말이다. 진위를 찾아보지 않고 구전되어오다 보니 어느 순간 출처도 찾기 애매해져 버린 말씀들이 너무 많다. 예수님이 포도주를 즐겨 마신 것을 보니, 술이 몸에 좋은 게 아닐까? 봐라.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식이었다. 출처가 확인된 김에 메모.

뇌사자에게 사망선고가 가능한가? 시체는 체온도 없고 미동도 하지 않으며 임신도 불가능하지만, 뇌사자는 체온도 있고 움직임과 임신 모두 가능하다. 1983년 벨기에 남성이 뇌사 후 23년 만에 의식을 확인된 사례*가 있다.
* 「Diagnostic accuracy of the vegetative and minimally conscious state」, Caroline et al., 2009
감상평: 중1 생물 첫 단원은 분류학이다. 각 분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직까지도 생명에 대한 정의가 뭔가 애매하다. 몇 가지 조건에 맞으면 생명으로 보자는 식이다. 그중 하나가 자가복제(번식)이다. 뇌사자를 생명체로 볼 것인지 그것(thing)으로 볼 것인지 고민 때문에 본문과 같은 서술이 나왔다. 벨기에 사례는 실제로 채팅까지 성공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명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주므로 메모.

이상형을 찾기 위해 제시되는 수학적 방법론 중 '최적의 정지 이론'*이 있다.
* 「Optimal Stopping and Free-Boundary Problems」, Peskir el al., 2006
감상평: 젠장 나는 10명은커녕 절반의 여성도 만나보지 못했다.

¶ 1952년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사나운 은여우를 길들여보기로 했다. 그는 따로 훈련하지 않았다. 대신, 철장 안에 두고 덜 공격적인 개체만 교배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겨우 8세대 만에 길들여진 여우가 나타났다.
감상평: 진화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이 사냥이 필요 없으니 주둥이가 짧아지고 귀욤상이 된다는 내용도 어디선가 들은 듯하다. 그렇다면 못생긴 건 진화가 덜 되었다는 뜻일까?

¶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은 모든 트리를 탐색하지 않고, 주어진 몇 개의 답안에서 가장 좋은 답을 찾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다만 주어진 답안지가 좋은 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딥러닝을 병행한다. 딥러닝은 일종의 정답지를 제공해서 답에 가깝게 추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알파고'가 나왔다. 여기에 사용된 정답지는 '인간의 기보'다.
이후 인공지능의 발전은 스스로 '기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인간의 기보'를 사용하지 않고 '알파고 제로'는 72시간 동안 제로부터 스스로 490판을 두고 알파고와 100전 100승을 거뒀다. 이후 '알파 제로'(without '고(바둑, 일본어)')는 바둑 이외에도 많은 게임(예를 들면 체스)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보였다. 그리고 24시간 만에 '알파고 제로'를 이겨버렸다.
감상평: 위 문구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지인이 AI연구실에 들어갔었다. 만났을 때, 노트북을 가져가서 시연을 부탁했었다. 딥러닝 시연이었는데, 나름 인상 깊었던 기억만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최근 작업할 때도 여러 종류의 gpt를 번갈아가면서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인간이 교차검증을 해야 하는 게 아쉽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거짓말할 확률이 늘어나버리니 말이다. 인상적인 문구니 메모.

¶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은 지천에 널렸고 지겹고 비실용적이다. 코펜하겐해석의 원문*과 (죽었거나 산) 양자고양이가 실제 한다면 어떨까? 이보단 작지만 생물(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이다.
*「Who invented the "Copenhagen Interpretation"? A study in mythology」, Howard, 2004
**「Quantum superposition, entanglement, and state teleportation of a microorganism on an eletromechanical oscillator」, Tongcang Li et al., 2016
감상평: 양자역학 지겹다. 그리고 비실용적이다. 99% 뭔가 잘 못 되었을 거라고 의심 중이다. 사실 내가 못 배워서 그렇겠지만... 어쨌든 그중 그나마 호기심이 있던 구절이 하나 있었는데, 바이러스도 파장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이다.

 요새는 확실히 속도의 시대다. 그러다 보니 보편적으로 책들의 짜임새가 엉성해지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닐까? 다음 책은 공부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궤도'님의 책이 선녀라는 생각이 든다. '궤도'님이 억울할 이유는 또 있다. 비교대상이 최근 검토 중인 책이 textbook(교과서)이다 보니 조금 깐깐한 것도 있다. 교과서는 한 권에 단원별 집필진이 1~2명, 검수는 대략 대학교수 30명, 현직교사 10명이다. 게다가 '궤도'님 책은 resource를 성실히 첨부하고 있다. 성격상 일일이 체크해보았으리라. (게다가 메모를 모아보니 꽤 되지 않는가? 독후감을 작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총평은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2024 목표 업데이트

1. 과학 교과 커리큘럼 연계도 만들기   (2024.1.16 10/30단원)
2. 수학 교과 커리큘럼 연계도 만들기   (2024.1.15:고1-12 확인필요)
3. 영어 어플 어휘력 1% 도전   (2024.1.15: 8.9%)
4. 번역연습 100문 (뉴스, 긴 지문)
5. 일본어 책 1권 완료
6. 책 10권 읽고, 독후감 (궤도의 과학허세,)
7. 요리루틴 20가지로 늘리기   (카레, 제육)
8.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   (11월 만료)
9. 자격증 최소 1개 도전하기
10. 기타/피아노 10곡 도전하기
11. 식스팩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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