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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싫습니다.

by iseohyun [2022. 12. 27.]

공짜 점심은 없다

 언제부턴가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말의 핵심은 일을 하지 않고, 이자만으로도 생활비가 충족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말로는 돈이 돈을 번다고도 합니다. 요새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더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금리라고 해도 금리를 물가보다 더 주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고려하면, 결국 기회비용은 물가보다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자산이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아주 미비한 노력으로 큰 돈을 만지는 사례는 도처에 있습니다. 복권, 도박, 경마, 주식, 코인 등 일반적인 노동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작은 투자로,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돈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사실 큰돈을 버는데 그런걸 일일히 따질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내가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더 큰돈의 유입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내가 가져가는 돈이 미비히서 큰 흐름에 변함이 없을 정도로 큰 돈의 유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환율전쟁

 2019년부터 시작된 돈 풀기 경쟁은 트럼프를 비롯한 유럽, 일본, 심지어 한국까지 QE를 강행하게 했습니다. 돈이 풀리니 물가가 뛰어야 하는데, 당장에 물가는 뛰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이라 했습니다. 주식과 코인은 사상최고가를 찍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에 QE의 역효과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MMT는 쏙 들어갔다. 물가가 올라가니 각국은 QT를 감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주:1]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돈이 풀리니 쉽게 가격이 올라갔다가, 가장 안정적인 미국시장에서 돈이 줄어드니, 비교적 불안정해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돈이 쓸려나갑니다. 2022년에 왜 폭락했는가? 혹자가 말하는 코로나19가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큰돈이 휩쓸고 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2022년에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돈은 그대로 있습니다. 물건도 그대로 있습니다. 가격만 올랐습니다. 누군가가 손해를 봤다면  누군가 벌었을 것입니다. 거래라는 것은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과정입니다. 거래에 선악은 없습니다. 거래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빨리 순환된다는 뜻이 됩니다.

 

뭐든 하면 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그래도 주가는 폭등했고, 또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특히나 국장 특성상[각주:2] 주주가 배당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은 미비하다고 보는 바이다.

 결국 누군가의 돈으로 돈잔치를 했습니다. 그것은 정보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집니다.

 

Q: 원숭이가 투자하는 것과 전문가가 투자하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던데?[각주:3]

A: 노력과 성과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노력을 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노력을 안 해도 성과가 나온다는 뜻이 아니다. 피라미드를 쌓는 사람에게 노력이란 무엇일까?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기중기를 고안하는 것이 훨씬 더 값질 수 있다. 노력도 해야겠지만, 노력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Q: 그렇다면 주식에서 노력하는 방법이란 무엇인가?

A: 주식이 어려운 이유는 정확한 가치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기업분석이 필수다. 기업보고서를 보기 위해서 기본적인 회계지식이 필요하다. 뉴스를 보고 호재와 악재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심리분석도 해야 한다. 가격 변동도 빨라서 재능싸움도 있지만, 시간싸움이기도 하다.

Q: 주식공부를 하지 않고, 소문에도 무딘 경우에도 수익이 난 사례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실제로 국민일보발 A증권사 리포트(2022.6.)에 따르면 정보량이 가장 많은 20대남이 손실이 가장 크고, 정보가 느린 70대녀의 손실률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294만 명이라는 표본을 예외라고 보기 힘들지 않은지...

A: 손실이 나는 장에서 공격성향의 투자자가 더 크게 손해 보는 것은 당연한 대수의 법칙이다. 게다가 거래수수료를 따지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절대, '거래를 적게 하면 돈을 더 번다'는 말이 아니다. '정보가 느리다고 돈을 더 번다'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인 상승장이라면 결국 정보에 가까운 자가 통계적으로 돈을 더 벌 수밖에 없다.

Q: 나는 좋은 정보로 큰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가대비 더 큰 수익만 벌면 된다.

A: 맞다. 평균 이상만 하면 된다. 노력을 하지 않고 평균 이상의 성적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 생각 없이 장에 계속 들어오는 사람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돈은 꾸준히 집어넣으면서, 차트도 뉴스도 확인하지 않고 실적도 대차대조표도 읽을 수 없는 사람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Q: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본인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상관도 없이 계속해서 자기 월급을 들이 붙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A: 물타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약 국가 기관이 규칙에 의해서 투자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2019 ~ 2022년에는 공모주 이슈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유래 없는 유입이 있었고, 2022년까지는 성과가 좋지 않다.

Q: 음모론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A: 맞다. 단지 "생각하기를 멈추고,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말은 허구에 가깝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주식이 우상향이라고 본다면, 결국은 정보가 빠른 집단이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결국 벌지 않을까? 그건 평균이나 갔을 때 이야기다.
주가가 오른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주식도 그대로 있다. 돈도 그대로 있다. 제로썸이다. (유입되는 돈의 양이 유의미하지 않다면 말이다. 거버넌스 이슈를 언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실한 배당, 투명한 정보) 결국, 누군가는 따고 누군가는 잃는다.

Q: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A: 돈을 벌고 싶으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뭐든 하면 는다'는 말을 믿는다. 그러려면 매일 하는 것, 잘하는 것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정보를 사고파는 일에 능숙하지 않은데 굳이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바닥을 깔아줄 뿐이다.

Q: 말려야 하나?

A: 아니다. 무조건 잃는다는 보장도 없고, 누군가의 돈이 누군가에게 가는 것뿐이다.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따고 잃는 것은 나쁘지 않다.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는다. (부동산 쇼핑은 다르다.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 정보가 빠른 사람을 잘 선별해서 거기에 베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따는 것은 어려워도 딸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더 쉬울지도 모른다.

 

4. 결론

 큰돈을 벌었다면 그 다음엔 명예를 얻고 싶어하는가봅니다. 심지어는 복권으로 큰 돈을 번 사람도 '복권을 사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요행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도했고, 얼마나 적은 사람이 성공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명예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노력을 했다면 노력을 했다고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노력을 했고, 그래서 사회에 기여를 했고, 그래서 그 대가를 받았다면 비판하기 어렵습니다.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차익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돈으로 존경을 사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꼼수가 통합니다. 사기는 자본주의라고 할 수 없듯이, 꼼수 특히 요행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기여를 합니다. 대가로 보수를 받습는다. 이게 자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기여 없는 대가는 없다. 쉽게 말하면...

공짜 점심은 없다.

  1. 통화량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유동성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엔 현금사용량도 거의 없거니와, 예금을 제외하고 신용으로 생성되는 화폐 등을 고려하여, 시장에 풀리는 돈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통화량보다 유동성이 더 적합합니다. [본문으로]
  2. 가버넌트이슈(Governance issue): 국내 주식이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은 대주주편향적인 결정, 배임/횡령 등 윤리경영 등 소액주주가 불리하다는 평이다. [본문으로]
  3. 한국엔 '곰치좌'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투자대회가 있다. 총 1500명 중에 아무것도 사고팔지 않고도 50등, 상위 3%에 랭크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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